사회

코로나-19 영향으로 생사기로에 놓인 아이들

코로나에 막혀 희귀병 치료제 바닥

올해 6살이 된 한군은 지난해 7월 뇌암 3등급 진단을 받았다. 이후 종양제거술을 시작으로 6차례의 일반 항암치료와 30회의 방사선 치료까지 모두 견뎌냈다. 지난달 초에는 1차 고용량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을 마쳐 2차 치료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한군이 치료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항공편 결항, 제조국 수출 제한 등으로 희귀 항암약인 ‘멜팔란(Melphalan)’의 국내 수입에 차질이 생겨서다.

한군의 어머니는 5일 “1차 이후 2차 조혈모세포이식을 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는 100일 이내라고 한다”며 “정부 담당 부처에 해결책을 호소했지만 기다리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병 환자는 극소수라 정부 입장에서 관심이 덜할 수 있지만, 환자와 가족은 약이 부족해 생명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희귀병과 사투를 벌이는 6살 아이의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항공편 결항·이동 제한 등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들여오는 희귀 항암약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의료 현장에선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희귀병 의약품 수급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 희귀의약품 수급을 위한 항공편 편성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기관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희귀약품을 수입해 환자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전담한다. 센터는 국내 제약사가 수익성 문제로 생산·수입하지 않는 희귀약품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그러나 멜팔란 주요 제조국인 이탈리아와 미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약품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나마 지난 2월부터 3월 초까지 센터가 신청한 멜팔란 중 일부(300개)가 지난 2일 국내로 들어왔다. 이르면 이번 주에 300개가 더 들어온다. 하지만 월평균 400개 이상의 수요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다음 달 중순까지 이마저도 모두 소진될 예정이다. 다만 센터는 국내 제조사에서 오는 6월 멜팔란 대체약품을 판매할 예정이라 공급난은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수입 멜팔란을 선호한다. 대체품이 기존 멜팔란과 같은 효능인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기웅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하 성 교수)는 “복제약도 효능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그간 써왔던 약품을 사용해야 안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희귀약품 수급에도 잇달아 경고음이 울린다는 점이다. 일부 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해외 반출이 금지되고 있다. 성 교수는 “희귀 소아암(신경모세포종) 치료에 쓰는 ‘디누톡시맵-베타(Denutuximab-beta)’도 수입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항공편을 준비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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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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