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주권 KT 상대로 연봉조정신청 승리

-9년만에 연봉조정신청에서 승리한 주권...역대 2번째
-에이전트 동행 가능한 바뀐 제도가 선수측에게 유리하게 작용
-이제는 공평해진 연봉조정신청...내년에도 실시되나?

 주권이 승리했다. 오는 1월 25일날 있었던 KBO 연봉조정 위원회는 KT WIZ와 주권 간의 연봉 조정에서 주권의 손을 들어주며 주권은 구단에서 제시한 연봉보다 3,000만원이 높은 2억 5,000만원의 연봉을 2021시즌 수령하게 된다. 연봉조정위원회는 스포츠 구단 운영 시스템에 이해도가 높은 인사 또는 스포츠 관련 이사 중 5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조정 위원장은 현재 IOC 국제스포츠 중재 재판소(CAS) 중재 재판원으로 활약중인 주정대 변호사가 맡았다.

 

◆ 연봉조정위원회는 선수와 구단이 연봉 갈등 있으면 해결해주는 KBO 내 제도죠

 

 연봉조정신청은 KBO 소속 선수로서 1군 등록 일수를 만 3년이 경과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자격으로 구단과 연봉 협상에서 결판을 내지 못할 때 KBO에게 중재를 요청하는 과정이다. 구단과 선수가 합의를 내지 못할 때 KBO에게 선수와 구단측이 목표 연봉과 이유를 제시한 뒤 연봉조정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낸다. 연봉조정위원회는 양측에서 제시한 연봉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중간 금액으로 타협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제도에 대해서는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애초에 KBO 자체가 구단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고, 구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며, 연봉을 책정할 때 구단측이 더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구단측이 절대적 이익을 가지는 환경이 되고 있다. 만일 연봉조정 결과에 구단이 불복하면 선수는 자유계약으로 풀리고, 선수가 불복하면 프로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선수측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KBO의 연봉조정신청 역사는 1984년 강만식(해태 타이거즈), 이원국(MBC 청룡) 이후로 96차례의 조정신청이 있었고, 이들 중 20차례만 조정위원회의 결정까지 갔다. 특히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연봉조정은 2002년 LG 트윈스의 유지헌과 2010년 이대호의 연봉조정신청이 KBO 역사에 중요한 연봉조정신청으로 남아있다.

 

2002년 현 LG 감독인 류지현 선수는 2001시즌 129경기 타율 0.283, 221루타 9홈런 53타점 21도루 96볼넷 장타율과 출루율 모두 0.441로 2루수와 1,2번 타순에 주로 들어서는 타자에게는 매우 준수한 실적이였다. 그러나 구단은 선수협회 가입 등 구단과의 사이가 크게 틀어지며 연봉협상과정에서 기존 연봉보다 1.000만원을 삭감하는 연봉조정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측은 연봉조정을 신청했고, 팀내 타자 연봉고과 1위였던 류지현 현 감독은 연봉조정에서 처음으로 구단을 이긴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이적 과정에서 구단과의 좋지 못한 관계를 보였고, FA에서 1년 4억을 계약한 뒤 2004년 은퇴를 하게 된다.

 

 

2010년 연봉조정 신청을 한 이대호의 경우 도루 타이틀을 제외한 타율, 홈런, 타점, 득점, 안타, 출루율, 장타율 등 7개의 타이틀과 함께 MVP를 획득했다. 타격 7관왕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4번밖에 없던 기록을 세웠다. 더군다나 수비 부담이 크고, 체구가 큰 선수로서 소화하기 어려운 3루수를 소화하면서 세운 기록인 것은 매우 놀라운 성적이였다. 이에 롯데는 연봉 3억 9천만원에서 6억 3천만원을 제시했지만, 이대호측은 7억원을 요구했다. 롯데 측은 연봉조정신청에서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을 인상했고, 2003년 아시아 단일시즌 최다홈런을 친 이승엽과 동일한 인상폭이라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이대호측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7관왕과 이전에 이승엽과는 다른 물가, 성적, 투수진 성적 등을 기반으로 선수가 연봉조정을 신청했지만, KBO는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이전 시즌 동안 해준 내용과 이후에도 훌륭한 활약을 보여주며 현재까지도 롯데 자이언츠의 썬수로 활약하고 있다.

 

◆ 주권은 어떻게 성공했나. 30홀드 이상 선수들 중 연봉이 인상되지 않은 사례가 없었다.

 

 이번 주권의 사례는 주권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했기에 승리했다고 판단된다. 주권은 올해 31홀드를 올렸다. 프로야구에서 홀드를 처음 측정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30홀드 이상을 거머쥔 선수는 주권 전까지 총 6명(06 권오준, 12 박희수, 14 한현희, 15 안지만, 19 김상수, 19 서진용)으로 몇 없지만 이대호와는 다르게 사례가 있었다.

 

 이 중 15시즌 안지만의 경우 FA 대상자였기 때문에 연봉 협상에서 제외하고 고려하면 이 5명의 선수들 중 연봉이 오르지 않은 선수는 없었다. KBO 최초의 40홀드를 기록한 키움 히어로즈 김상수는 연봉 1억 인상, SK 와이번스 서진용은 1억 4,000만원 인상, SK 와이번스 박희수는 1억 인상, 삼성 라이온즈 권오준은 7,000만원 인상, 키움 히어로즈 한현희는 1억 7,500만원 인상으로 연봉이 동결된 적이 없었다.

 

 주권의 경우 이를 근거로 들어 연봉 조장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연봉협상의 경우 선수나 구단이 어떤 근거를 제시했는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추측할 수 밖에 없다.) 또한 30홀드를 기록한 선수들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출장(77경기)했다는 점, 20홀드 이상을 2년 연속 기록한 선수가 한현희, 안지만, 진해수, 이동현 밖에 없었는데 이들 모두 연봉이 인상되었다는 점.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WAR)이 2020시즌 팀 내 9위, 투수진 중 4위였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울 수 있었다.

 

◆ 연봉조정신청의 표본으로 자리잡은 주권. 내년에도 조정 신청자가 나올까?

 

이번 주권의 사례는 다른 연봉조정자 선수들에게 표본이 될 수 있다. 기존에 연봉조정신청의 경우 선수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환경이였기에 너무나 불리했지만, 이제부터는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동원할 수 있다는 점, 선수에게 이제는 더 이상 불리한 환경이 아니게 되었다. 과연 이번 연봉조정신청을 계기로 더 많은 선수들이 연봉 조정 신청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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